▲ 백운산 임도 현장투어에 나선 가칭 광양시백운산국립공원추진위원회 설립 준비위원회 회원들.

개발과 보전의 양립은 오랜 숙제다.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개발은 필요하지만, 지나친 개발은 때로는 소중한 자연환경의 파괴로 이어진다.
광양의 허파역할을 하는 백운산을 지키기 위해 시민단체들이 ‘가칭)광양시백운산 국립공원지정 추진위원회’ 출범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백운산에 개설되는 임도가 백운산지키기 운동에 역행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들 임도가 추진된 것은 지난 2017년부터였고, 사실상 공사가 마무리된 상태여서 이러한 비판 역시 뒷북치기가 되고 있다.
문제가 된 임도는 옥룡면 백운사의 상백운암 증축을 위한 작업임도와 소울대가 추진한 봉강면 조령리의 국유임도다.
하백운암과 해발 1,040m의 상백운암을 연결하는 백운사 작업임도는 지난 2017년부터 2020년 사이에 개설됐다.
백운산에 자리한 백운사는 하백운암과 상백운암으로 이뤄진 작은 사찰이다. 하백운암까지는 원래 임도를 통해 차량통행이 가능했으나 상백운암은 등산로를 이용한 통행만 가능했다. 상백운암은 신라말 도선국사가 움막을 지어 창건 수행하고, 고려후기 승려 보조국사 지눌이 창건한 암자로 알려져 있는데 불교계에서는 수많은 고승들이 거쳐간 수행처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러한 상백운암의 중창불사를 위해 작업로로 개설한 작업임도는 국비와 도∙시비 등 8억4,581만원의 사업비를 들여 1.675㎞ 구간에 개설됐다.
산길로만 접근이 가능했던 상백운암이 차량을 이용한 접근이 가능하게 된 셈이다.
백운산 정상 턱밑까지 차량을 이용한 접근이 가능하게 된 셈이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편의성 확보의 이면에는 자연훼손이라는 댓가가 따를 수 밖에 없다.
현재 이곳에서는 백운사의 진입로 역할을 할 농어촌도로 개설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지방도에서 백운사 바로 아래까지 버스 등 대형차량이 통행할 수 있는 도로가 산을 뚫고 개설되는 셈이다. 기존 임도가 3m 폭으로 개설되는데 반해 농어촌도로는 5,5m폭으로 개설될 예정이다. 사찰을 찾는 사람들입장에서는 접근성이 한층 높아지는 셈이지만, 이로 인한 산림훼손은 불가피하다.
서울대 남부연습림이 개설하고 있는 봉강조령 국유임도의 경우 국비 15억1,600만원을 투입해 지난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6.14㎞ 구간에 임도가 개설됐다.
이 공사는 마무리공사가 남아있는데, 백운산의 허리부분을 관통하고 있다. 이 임도는 백운산에 개설되어 있는 다른 임도들과 연결되어 임도로서의 효용성을 높이기는 하지만, 백운산 원시림지대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서울대 측은 해당 임도 개설이 지역주민들의 요구를 반영하고, 산림경영의 편의를 증진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국유임도는 산림청 보조사업으로 추진되는 것으로 서울대법인이 보조사업을 직접 수행하는 것이 불가능해짐에 따라 광양시가 임도개설에 따른 행정사항을 지원해 개설이 이뤄졌다.
이러한 임도개설과 관련 지난 22일, ‘가칭)광양시백운산 국립공원지정 추진위원회 출범을 위한 준비위원회’ 회원들이 현장 확인에 나섰다.
상백운암 작업임도와 조령 국유임도를 차례로 둘러본 회원들은 “새로 개설된 임도들이 백운산 국립공원 추진에 저해요인이 될 것”이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광양만녹색연합의 이재민 상임대표는 “10여년이 넘도록 백운산이 광양시민의 자랑이 돼야 한다는 생각에 백운산의 의미를 고민하고, 백운산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왔던 시민단체들과 협의없이 임도가 추진됐다”며, “광양시가 백운산 국립공원을 추진한다면서 개발을 하는 것은 이해가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큰 미래를 볼 때 백운산의 특성 및 다양성을 지키기 위해서나, 백운산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9부능선까지 임도를 내야 했는가? 자연을 지키고, 보존하는 것 자체가 큰 가치가 아닌가? 누구를 위한 도로인가? 파헤쳐지는 것만으로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며, “이러한 임도개설은 백운산의 국립공원지정에 대한 광양시와 서울대의 대처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현장투어에 이어 ‘가칭)광양시백운산 국립공원지정 추진위원회 출범을 위한 준비위원회’는 조만간 백운산 임도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제기보다 이미 개설된 임도 주면의 식생을 어떻게 빨리 회복시킬 것인지에 대해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임도개설을 시행한 광양시산림조합의 송백섭 조합장은 “임도 주변에 수목을 식재하고, 잔디씨 등을 뿌려 최대한 생태환경이 조속히 회복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서울대 관계자도 “임도 개설 후 필요하다면 임도개량사업비를 확보해 필요한 보강공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 모든 개발에는 댓가가 따른다.백운산에 개설된 임도는 사람들의 편의를 증진시킬 수 있지만 이로 인한 자연환경의 훼손은 어찌할 수 없다.사진 위는 지난 해 6월 준공된 상백운암 작업임도이고, 사진 아래는 서울대가 추진한 봉강 조령 국유임도 개설 현장이다.

황망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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