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정농장 장성민. 서예신 부부

마당 한쪽에 설치된 대형 은색솥에서 삶아 꺼낸 고사리에선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뜨거운 고사리를 소쿠리 채 들고 까만 망이 펼쳐진 마당 한가운데로 줄달음친다.

탈탈 털어 망 가득 널어 놓고 허리 받쳐 올려다 본 남정농장 모습은 지금까지의 뜨거움도 허리아픔도 모두 잊게 해준다.

흰색과 자주색이 풍성하게 어우러져 농장 초입을 딱 버티고 서 있는 자목련 두 그루와 그 옆에서 절정을 지나 노란빛이 바래져가는 산수유 그리고 그 아래 산달뱅이 밭에선 마을학교 아이들이 지난 늦가을 심어 놓았던 봄동과 겨울초 꽃대가 쑥- 올라오더니 송이송이 노오란 꽃송이들을 만들어 노란 물결을 이루고 있다.

눈길을 조금 위로 돌려보니 막 피기 시작한 하얀 벚꽃과 빨간 명자나무길이 한눈에 들어오고 더 위로 올라가보니 돌배나무 밑 언덕배기에 심어진 성장력 짱인 개나리가 눈부시게 샛노랗다.

그 위 소나무밭 사이사이엔 언제부터인가 분홍빛 진달래가 풍성하게 피어 설렘을 선사해 준다. 이제 맘껏 봄을 즐길 시간이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던가. 농막으로 지어 시작했던 광양살이가 10년이 넘어가니 여기저기 손 볼 곳이 생겨난다. 페인트칠도 벗겨지고 색도 바래고 나무들은 조금씩 썩어 들어간다.

어디서부터 손대야하나 엄두가나지 않아 시작도 못하고 있다 우연찮게 집수리 공사에 들어가게 되었다. 시작은 그늘막 설치였다.

기존에 쓰던 그늘막을 없애고 고정적인 그늘막을 만들기 위해 전문가들과 협의하던 중 데크가 낡았으니 생각하고 있다면 그것부터 시작하자 한다.

거대한 포크레인이 며칠 동안 데크를 철거하고 산에서 돌과 흙을 파다 돌을 쌓고 마당을 다시 만들었다. 마당이 두 개가 되었다.

이제 우리가 나설 차례다. 두 개의 마당에 이틀째 잔디 심기 작업. 남편이 괭이로 파주면 호미를 이용해 다독여 심어준다.

 때마침 비가 쏟아져 작업은 한결 수월했다. 석분 깔기, 돌담 쌓기 작업도 비교적 수월하게 끝낼 수 있었다. 며칠 전엔 야생화도 사다 바위 틈새에 심어 두었다. 시골집 수리도 거의 마무리가 돼가고 있다. 끝이 없는 것 같다.

요즘 식탁엔 봄 향기가 가득이다. 머위잎 된장에 무치고 달래 참깨 듬뿍 뿌려 양념간장에 버무리고 쪽파 다듬어 젓장에 조물조물 그리고 시원한 바지락 국. 입맛이 갈수록 좋아져 난감하다. 밥 푸는 주걱이 자꾸만 넉넉해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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