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일 집중호우 당시 마을 뒤 공사장의 사면이 붕괴되면서 소중한 인명이 희생됐다. 그러나, 이 사고는 전형적인 인재로 드러나고 있다. 사고현장의 모습.

지난 6일 집중호우로 인해 발생한 진상면 탄치마을 경사면 붕괴사고가 전형적인 인재라는 주민들의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광양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가 지난 8일 붕괴사고 현장을 찾아 현장조사를 실시하면서 주민의견을 들었는데 대부분의 마을 주민들이 이번 사고를 자연재해가 아닌 인재라는 입장을 고수한 것이다.
이번사고는 지난 5일부터 시작된 폭우가 6일까지 이어지면서 마을 뒤 경사면이 무너져 주민 1명이 숨지고 집을 비롯한 창고 4채가 매몰됐다. 하지만 사고가 일어나기 전 마을 주민들은 이에 대한 민원을 몇 차례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주민들의 의견에 따라 행정이 제대로 조치를 못하면서 이번 사고가 발생했다는 지적이다.
산사태가 발생한 곳은 붕괴사고로 매몰된 집과 불과 60m 위에 있는 비탈면이다. 이곳은 지난 2019년 4월부터 전원주택 3채를 건설하기 위해 3420㎡ 규모의 토목 공사를 진행 중이다.
마을주민은 “토목공사 과정에서부터 마을에 돌이 떨어지고 비가 오면 토사가 쏟아져 시청에 민원을 몇 차례 넣었다”며 “이를 방치하더니 결국에는 사고가 일어나게 된 것”이라고 성토했다.
2019년 11월 8일 탄치마을 주민들은 안전시설 미설치로 인한 낙석 및 토사유실 등이 우려된다며 광양시에 민원을 신청했다. 이에 광양시는 낙석 방지 등을 위한 현장 안전을 조치토록 보완할 것을 수허가자에게 통보했다.
지난해 6월에도 주민들은 비가 올 경우 산사태가 발생해 주택에 피해발생이 우려된다며 조치해줄 것을 건의했다. 시는 이에 △공사 부지 내에서 발생하는 우수를 하부 경사지로 흐르지 않고 인근 배수로로 빠지도록 계획할 것 △산사태 위험을 예방하기 위해 부지 경계로부터 일정 거리를 이격해 공사 진행 △공사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관리를 철저히 하도록 수허가자에게 요청했다. 
올해 2월 15일에도 주민들은 시에 건의서를 제출했다. 주민들은 지질검사서, 환경영향평가서 등을 제출해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대상지의 면적이 기준에 해당 되지 않아 주민들의 요구사항은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 6월 3일 주민들은 또 다시 건의서를 제출했다. 집 뒤 비탈면에서 비가 오면 토사유출로 위험하다는 의견을 또 다시 제기한 것이다. 이에 시는 “사업부지 경계로부터 일정거리를 이격해 부지를 조성했다면서 허가지로 인한 토사 유출 영향은 적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회신했다.
하지만 광양시의 답변 한 달 후 경사면은 집중호우로 무너졌고 재산피해는 물론, 인명피해까지 발생했다. 이날 현장 확인에서도 이번 산사태가 발생할 때까지 배수로는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서병호 탄치마을 이장은 “공사업체가 공사 과정에서 지반을 단단하게 잡고 있는 질 좋은 토사를 반출했는데 그 깊이가 4m는 족히 넘었을 것이다”며 “파낸 곳을 질 낮은 흙과 이물질로 메꾸며 지반이 약해진 상태에서 폭우까지 겹치면서 결국 산사태가 일어나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민기 산업건설위원장은 “건의서 답변 내용을 보면 1,2차는 문제가 있음을 인지하고 조치를 요구했으나 정작 3차에서는 토사유출 영향이 적을 것이라는 답변을 내놓은 것은 대처의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주민들 건의를 지나치게 법과 규정의 잣대로만 판단한 소극적 대응의 전형적인 인재다”고 지적했다.
한편, 탄치마을 이재민들에 대한 각계의 지원 손길도 잇따르고 있다.
㈜프롬스(대표이사 김주안), ㈜포렌(봉사단장 박영식), 농협중앙회전남지역본부, 동광양농협(조합장 이명기), 진상농협(조합장 최진호), 진상면발전협의회(안길봉), 동광양장례식장(대표 강연주), 광양제빵소 등 민간단체들이 복구지원에 나서고 있고, 광양경찰서를 비롯한 기관들도 복구 및 이재민 구호에 힘을 보태고 있다.
임시주거시설에 대피한 이재민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광양경찰서, 동광양농협, 광양산림조합, ㈜프롬스 등 20개 기관(단체)에서 수건, 생수, 라면, 담요, 휴지, 식품 등 1,000만 원 상당의 구호물품을 이재민들에게 전달했으며, 옥룡면 주민들과 광양시이통장연합회에서 각각 100만원의 구호성금을 진상면에 기탁했다.
또, 진상면이장단은 지난 17일, 마을 회관에서 생활하는 대피주민 등 20여 명에게 삼계탕을 지원해 훈훈한 정을 전달했다.
 

양재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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