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망기 발행인
저출산 고령화라는 말이 일상이 된 요즘, 인구는 지역의 경쟁력과 맞닿아 있다. 그러기에 자치단체들마다 인구를 늘리기 위한 온갖 묘안을 짜내고 있고, 출산을 유도하기 위한 시책이나 전입을 장려하기 위한 시책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여러 사회적 요인으로 인한 저출산의 문제를 금전적 지원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발상이 다소 순진해 보이기는 하지만 오즉 했으면 이러랴 싶기도 하다. 특히, 연말을 앞둔 시점에서 인구늘리기는 지방자치단체 입장에서는 어떠한 시책보다 우선되는 과제이다. 그러기에 경쟁적으로 대대적인 인구 늘리기 활동을 펼친다. 그렇지만, 인구늘리기는 일자리늘리기처럼 관련분야 예산만 집중 투입하면 단기적인 성과라도 낼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광양시의 지난 해 말 기준 인구는 15만7,406명으로 조만간 16만명 달성도 어렵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이중 내국인 인구는 15만5,857명이고, 외국인 거주자는 1,549명이었다. 그런데, 10개월이 지난 10월 말 기준 광양시인구는 각종 시책추진에도 불구하고 늘기는 커녕 오히려 뒷걸음질 쳤다. 10월 말 기준 광양시 인구는 15만3,484명으로 연초 대비 3,922명이나 줄었다. 10월말 기준 인구 중 내국인은 15만1,898명이고, 외국인은 1,586명이다. 외국인의 경우 10개월간 37명이 늘었지만, 내국인 인구는 무려 3,959명이나 줄었다. 전남도내에서 가장 젊은 도시를 자랑하는 광양의 경우 자연적 요인에 의한 인구는 출생자가 사망자보다 많기 때문에 사회적요인에 의한 인구증감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매년 수백명이 자연스레 증가하는 것이 이치다. 자연적 요인에 의한 인구증가에도 불구하고 10개월만에 4천여명 가까운 인구가 줄었다는 것은 전입자보다 광양을 떠나는 전출자가 더 많았기 때문이다. 이는 직장 등 사회적 요인에 의한 전출입보다는 인위적인 인구늘리기에 의해 일시적으로 전입신고만 했다가 다시 빠져나가는 요인에 따른 것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 인구를 인위적으로 증가시키는 것은 불법과 탈법을 수반한다. 
주민등록상의 주소지만 옮겨오는 방식의 인구늘리기는 법을 집행해야 할 공무원들이 앞장서 위법을 조장하는 현상을 야기한다. 인구늘리기가 절체절명의 과제라 하더라도 인위적인 숫자놀음을 언제까지 해야 하는지 답답하다.
 
연말 인구늘리기는 지방자치단체 입장에서는 제로섬 게임이다. 출산에 의한 정상적인 인구 증가가 아니라 인위적인 방식으로 다른 시군에 거주하는 사람의 주민등록을 옮겨오면 해당 시군은 그만큼 인구가 감소하게 된다. 이는 종종 인근 지자체들간의 신경전과 갈등으로 이어진다. 또, 공무원 조직을 동원한 인구늘리기는 행정력의 낭비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일시에 수천명의 인구가 감소하는 충격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겠지만 해만 바뀌면 감소세로 돌아서는 인위적 인구늘리기를 언제까지 되풀이할 것인가? 공자는 정치의 요체를 근자열, 원자래(近者悅 遠者來)라고 했다. 가까이 있는 사람을 즐겁게 하고, 멀리 있는 사람을 찾아오게 하는 것이 정치가 해야 할 일이라는 말이다. 좋은 일자리, 좋은 정주여건을 만드는 것이 인위적인 인구늘리기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이다. 집토끼, 산토끼를 이야기하지만, 집토끼가 집을 나가지 않도록 먼저 보살피는 일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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